어린아이가 눈을 잘 마주치지 않거나, 말을 늦게 하거나, 특정 장난감에만 과하게 집착할 경우 많은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 중 일부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조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폐는 ‘진단’보다 ‘관찰’이 먼저입니다. 특히 생후 12~36개월 사이의 행동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와 개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점이기 때문에, 부모와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폐 아동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초기 행동들을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폐 의심 시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1. 눈 맞춤 회피, 반응 부족: 사회적 반응성의 결여
✔ 어떤 행동인가요?
생후 수개월부터 아이는 자연스럽게 사람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주고받으며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동은 이런 사회적 신호에 대해 낮은 반응성을 보이며, 이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드러날 수 있습니다.
✔ 체크 포인트
- 생후 6개월이 지나도 눈 맞춤이 거의 없음
- 부모의 얼굴이나 미소에 반응이 미약하거나 무관심
-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도 시선을 돌리지 않음
- 부모의 감정 표현(웃음, 놀람, 짜증 등)에 공감 반응이 부족함
- 혼자 노는 시간이 많고, 타인과의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음
✔ 실제 사례
3세 남아인 ‘유민(가명)’이는 가족의 부름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성격이 조용해서 그런 줄’ 알았지만, 발달검사 결과 언어이해능력과 사회적 반응성 지수가 또래보다 매우 낮았고, 자폐 스펙트럼 의심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2. 언어 발달의 지연 또는 독특한 언어 사용
✔ 단순한 말더듬이나 말 트임 지연과는 다릅니다.
자폐 아동의 언어 문제는 단순히 ‘말이 늦는 것’과는 다릅니다. 말이 트이더라도 의사소통 의지가 적거나, 이상한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언어를 통한 상호작용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 체크 포인트
- 12개월까지 단어가 전혀 없음
- 18~24개월이 되어도 두 단어 조합을 사용하지 못함
- 같은 말을 의미 없이 반복 (예: “엄마 이리 와”를 계속 반복)
- TV나 유튜브에서 들은 문장을 그대로 흉내 내며 혼잣말함
-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반응이 없음
- 손짓이나 몸짓이 거의 없고, 가리키기, 끄덕이기 등 사용하지 않음
✔ 부모가 오해하기 쉬운 부분
많은 부모는 “그냥 조용한 아이라 그렇다”, “남자아이니까 말이 늦다”라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말의 유무가 아닌 소통의 의지와 상호작용이 핵심입니다.
3. 반복적 행동과 강박적인 놀이 방식
✔ 왜 반복 행동을 하나요?
자폐 아동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반복 행동을 하거나, 특정한 감각자극을 즐기기 위해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이 반복적 행동은 처음에는 귀엽게 보일 수 있지만, 점차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이 되기도 합니다.
✔ 체크 포인트
- 손을 펄럭이거나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
- 자동차 장난감을 굴리지 않고 일렬로 정렬
- 특정 소리(청소기, 종소리 등)에 극단적인 반응
- 물체를 돌리는 데 과도한 집착
- 낯선 환경이나 변화에 극도로 예민하며, 루틴이 깨지면 공황 상태
✔ 감각 민감성과 관련
-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고 패닉 반응
- 촉감, 옷감 종류에 예민하게 반응
- 뜨거운 물이나 찬 음식에도 무감각
- 강한 빛, 움직임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무반응
4. 또래 놀이 및 상호작용에서의 차이
✔ 일반 아동과의 명확한 차이
- 또래 아이들과 놀지 않음, 함께 있어도 평행 놀이만 함
- 역할놀이(소꿉놀이, 인형놀이 등)에 관심이 없음
- 장난감이나 도구를 기능적으로 사용하지 않음
✔ 상호작용 능력의 지표
이 시기의 아동은 언어가 부족해도 ‘공동 주의(Joint attention)’가 있습니다. 즉, 어떤 사물을 보고 감탄하면 부모를 쳐다보며 감정을 공유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자폐 아동은 이 공동 주의 행동이 거의 없습니다.
5. 조기 발견을 위한 부모의 역할과 대처
✔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 24개월에 자폐 조기 선별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엔 ‘M-CHAT’이라는 간단한 검사 도구를 통해 자폐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부모가 할 수 있는 3단계
- 행동 관찰: 위 항목에 해당되는 행동이 2개 이상이면 메모
- 발달 검사 요청: 소아과 또는 아동발달센터 방문
- 조기 개입 시작: 자폐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시행
✔ 자폐는 ‘늦게’가 아니라 ‘빠르게’ 잡는 병
정확한 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개입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폐 아동도 3세 이전에 개입을 시작하면 언어, 사회성, 행동 조절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결론: 요약 및 전문가 제언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행동, 언어, 감각, 놀이 등 아이의 여러 영역에서 미묘한 이상 신호로 나타나며, 초기에는 부모가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조금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빠른 발견과 개입은 자폐 아동의 삶을 바꿉니다. 부모의 세심한 관심, 정확한 판단, 그리고 전문가와의 협력이 아이의 미래에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자폐의 초기 신호에 대한 전문 가이드를 마칩니다.